목사님 컬럼

   지난번 이사하면서 그 동안 먼지가 뿌연하게 쌓일 정도로 덮어두었던 사진 앨범들을 펼쳐 본적이 있었습니다. 사실 한국에서의 사진들은 미국에 오면서 서울 부모님 집에 두고 왔는데, 가끔 한국에 나갈 때마다 어머님께서 이젠 그 앨범들을 가지고 가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도 왠지 그것들마저 들고 오는 것이 조국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 같은 섭섭한 생각에 가져오지 못하다가 지난번에 갔을 때 가지고 왔습니다. 미국에 살면서 찍은 사진들까지 합치면 앨범이 10여권은 넘는 것 같습니다.

     사진들을 보니 그때의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는 것 같아 한 장 한 장 볼 때마다 감회가 깊었습니다. 그런데 문득 사진 한 장에 오랫동안 눈이 머물렀습니다. 91년에 목사안수 받고 처음 앵커리지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한 어느 겨울, 하얀 눈이 무릎까지 쌓인 교회 주차장의 눈을 쓸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. 내 옆에는 우리 애들 Joseph, Joanne이가 자기보다 큰 삽을 들고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이 더욱 정겨워 보이는 사진이었습니다.

     그때는 겨울이면 왜 그렇게도 눈이 많이 왔는지. 수요일 저녁예배가 가까워서 눈이 내리면 미쳐 눈을 치우는 트럭이 오기전이라 손수 저녁예배에 오는 교인들이 주차할 수 있도록 그 넓은 주차장과 교회정문 계단의 눈을 치워놓아야 했습니다. 한 삽 한 삽 눈을 떠서 한 쪽으로 얼마동안 치우다보면 어느새 온 몸에서는 땀으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, 허리는 끊어지는 것 같이 고통스러웠습니다. 그러나 그렇게 힘들어도 눈길을 달려서 교인들의 자동차가 한대한대 주차장에 들어서고, 교인들 한 분 한 분이 교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들을 생각하면 어느새 힘든 것은 뒷전이 되었습니다.

     유독 이 사진 한 장에 눈길이 머문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. 그것은 아마도 목회 초년 시절,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은혜의 손길이 나를 강하게 붙들어 주셨고, 하루하루를 그 손길에 의지하고 내어 맡김으로써 목회하던 기억이 되살아나서였을 것입니다. 그렇게 힘들지만 보람을 가지고 눈을 치며 목회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26년째이고, 지금 그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의 나는 훨씬 더 성숙해져 있고, 그러다 보니 요즘의 내 모습은 점점 프로화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, 그런 생각이 문득 문득 들 때마다 못마땅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.

     정말 하나님 앞에 서는 모습만큼은 언제까지고 순수한 아마추어이고 싶은데... 매일 매순간을 주님 은혜의 손길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그 모습으로의 회복을 간절히 간구하며 다시 한 번 주님 앞에 무릎을 꿇어 봅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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